홍수와 화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6년 전 파리에서는 전 세계가 모여서 기온 상승을 2℃ 이내로 제한할 수 있도록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신속하게 감축하여 최악의 참사를 모면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한 목표를 향한 진행률은 비참할 정도로 부족한 수준이다. 그러나 설령 2℃라는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 숲이 불타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대초원은 내일도 계속해서 건조해질 것이고, 강물은 제방을 무너트릴 것이며, 산악의 빙하는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배출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것 말고도 세계는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급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 좋은 소식이라면, 그러한 적응이 정치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에 대한 필요성을 명확하게 인식할 것이다. 어떤 국가가 홍수 예방에 투자한다면, 그것은 다른 누구보다도 자국의 시민들에게 도움이 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임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무임승차 문제(free-rider problem)는 야기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사업에 필요한 모든 재원이 공적자금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기업들을 비롯해서 개인들도 적응할 필요성을 느끼고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설령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보험회사들은 자신들이 안고 있는 리스크에 대해서 눈을 뜰 것이다.
이러한 변화들 가운데는 상당히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독일에서는 이제 홍수 경보 시스템이 더욱 개선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네덜란드가 물 관리를 위해 투입하는 것처럼 공공투자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한 문제들도 있다. 부유한 나라들은 그러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 가난한 나라들과 가난한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파리 기후협정은 부유한 나라에서 가난한 나라로 매년 1000억 달러를 전달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부유한 나라들은 아직까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후변화 특사인 존 케리(John Kerry)는 미국이 개발도상국들의 적응과 완화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한 광범위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가난한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돕기 위한 자금을 세 배로 늘려서 2024년까지 15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보다 많은 노력이 절실하다.
물이 조금 줄어들더라도 살아갈 수는 있겠지만, 아예 없어진다면 생활이 불가능할 것이다. 기온과 습도가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오르면, 야외 활동이 불가능할 것이다. 가끔 발생하던 홍수의 횟수가 지나치게 많아진다면, 결국엔 그 땅을 버리고 떠나야 할 것이다. 산호가 한 번 사라지면,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만약 기온 상승을 2℃ 이내로 제한한다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한다면, 그러한 제한 수치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검증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배출량 감축을 위한 노력은 요구되는 것만큼 빠르게 속도를 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기후 시스템은 지금까지 보여 왔던 것보다 훨씬 더 민감한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는데, 일부 과학자들은 대기 중의 탄소 1톤이 기온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욱 높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기온 상승을 2℃ 이내로 제한한다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한다면, 그러한 제한 수치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검증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배출량 감축을 위한 노력은 요구되는 것만큼 빠르게 속도를 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기후 시스템은 지금까지 보여 왔던 것보다 훨씬 더 민감한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는데, 일부 과학자들은 대기 중의 탄소 1톤이 기온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욱 높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적응의 가장 거대하면서도 섬뜩한 형태인 태양광 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 연구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태양광 지구공학은 대기 중의 구름이나 입자층(particle layer)을 거울처럼 만들어서 태양광의 일부를 반사시켜 내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온실가스로 인한 온난화의 정반대 효과를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공학 기법은 기온보다는 강수량을 더욱 감소시켜서 잠재적으로 지상의 강수 패턴을 교란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난 15년 동안의 연구에 의하면, 태양광 지구공학은 온실효과에 의한 온난화 피해의 일부를 상당 부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들이 그것을 선동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게 될 다른 모든 나라들의 이익까지도 반영할 수 있도록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세계의 각국은 저마다 원하는 냉각 효과의 수준이 다를 것이다. 태양광 지구공학에서 제시하는 몇몇 방법들을 실제로 실행한다면 일부 지역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다른 지역에는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 또한 오늘 당장 배출량을 줄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런 아이디어 때문에 배출량 감축에 대한 의욕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마땅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꽉 잡아
그러므로 추가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세계의 기온은 3℃ 상승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은 물론이고, 계획한 일들이 아주 잘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게 좋은데, 그 결과는 충격적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예측하는 모델들은 기온이 직선의 형태로 상승하지는 않을 거라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산업화 이전의 시기보다 더 멀어질수록,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한다. 그리고 드물게 나타났던 현상들이 흔하게 되면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특정한 연구 결과들로 판단을 해보자면, 2℃와 3℃ 사이의 차이는 대부분의 측면에서 1.5℃와 2℃ 사이의 차이보다 훨씬 더 극명하다.
산업화 이전의 시기보다 현재 전 세계의 기온이 모두 1.2℃로 균일하게 따뜻한 것은 아닌 것처럼, 3℃ 높아진다고 해서 지구의 모든 곳이 지금보다 모두 균일하게 1.8℃ 따뜻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로 바다와 남아메리카의 일부는 그것보다 덜 따뜻해질 것이고, 다른 지역은 그보다 더 뜨거워질 것이다. 캐나다 북부, 시베리아, 스칸디나비아를 포함하는 북극권은 온난화로 인해서 가장 거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인구가 과밀한 일부 지역들도 평균 이상의 기온 상승이 있을 것이다. 어느 연구에 의하면, 러시아, 중국, 인도의 평균 기온은 각각 4-5℃, 3.5-4.5℃, 3-5℃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변화가 충격적일 수는 있겠지만, 예전에는 서늘했던 부유한 나라들에서는 뜨거운 밤 시간에도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옥상 녹화(green roof), 스프링클러, 냉방 시스템의 개선 등이 모두 도움이 될 것이다. 여름철이 되면 사람들은 실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러나 건설 노동자나 농장의 일꾼 등 주로 야외에서 몸을 써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불균형적으로 고통을 받을 것이다. 에어컨을 설치해서 가동하는 비용을 쉽사리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습한 열대 지역에서 열기가 증가하는 것에 비하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인간의 신체는 땀을 배출함으로써 열을 식히는데, 습기가 많은 환경에서는 이러한 땀 배출이 더 어려워진다. 온도계에서 볼 수 있는 “습구” 온도는 열기와 습기의 영향으로 몸을 시원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상대습도(relative humidity)가 100퍼센트인 경우를 제외하면, 습구의 온도는 언제나 건구 온도보다 낮다. 데스밸리는 기온이 54℃로 높아도, 습구의 온도는 20도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밖에는 되지 않을 정도로 건조하다. 습구의 온도가 30도를 넘어서는 일은 흔치 않다. 그리고 이는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일단 습구의 온도가 35℃를 넘어가면 몸의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는데, 특히 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그 이상이 되면 사람의 몸은 익어가기 시작한다.
습구 온도가 35℃에 가까워지거나 넘어가는 일이 아주 가끔이기는 하지만 인도-파키스탄의 접경 지역이나 페르시아만과 멕시코만 주변에서는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모든 사례가 기록되어 보고되는 것은 아니다. 2020년에 발표된 기상관측소의 데이터를 다시 분석한 결과, 그처럼 극단적으로 습한 열기는 기록되는 것보다 실제로는 훨씬 더 자주 발생함을 알 수 있었는데, 대부분은 인구가 매우 적은 열대 지역에서 그런 경우가 많았다. 이 연구는 또한 1979년 이후로 그런 사례의 발생 정도가 두 배로 증가되었음을 확인했다.
극단적인 지구 온난화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다수의 연구를 이끌었던 영국 기상청의 기후학자인 리처드 베츠(Richard Betts)는 온난화가 2℃ 이상이면 인도에서 면적은 작지만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습구 온도가 치명적인 수준에 이를 위험성에 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다. 2.5℃ 이상이면, “열대 지역의 거의 대부분이 1년에 며칠, 몇 주, 심지어 몇 달 동안 극심한 수준의 열기 스트레스를 경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다.
습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열기가 물 공급을 감소시킬 것이다. 1.5℃, 2℃, 3℃인 경우의 물 부족 현상을 모델링한 결과, 기후의 온난화가 진행되어 감에 따라서 인류의 3분의 2가 점점 더 건조한 상황을 경험할 것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3℃ 수준이면, 현재는 100년에 한 번 일어날 정도로 예외적인 사건으로 여겨지는 심각한 건기가 아프리카의 대부분, 오스트레일리아, 유럽 남부, 미국의 중남부,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 남아메리카의 일부에서 2-5년마다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는 끔찍한 날씨를 맞게 될 것이다
기온 상승폭이 3℃인 경우에 해수면 높이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가열이 얼마나 빠르게 일어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얼음이 녹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열기가 바닷속 깊이까지 들어가는 과정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해수면의 높이가 바다 표면의 온도에 반응해서 결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즉, 기온이 3℃까지 천천히 상승할 때보다는 빠르게 도달할 때 해수면의 높이가 상대적으로 더 낮을 것이다.
세계의 기온 상승이 3℃에 도달하는 순간에 해수면의 높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3℃ 더워진 세계가 장기적인 차원에서 해수면의 높이에 미치게 될 영향이다.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여겨졌던 남극 서부의 대륙 빙하는 현재 가장자리가 부서지고 있다. 온난화가 2℃ 수준이 되면, 이 빙하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증거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만약 그 수준을 넘어간다면, 남극 서부의 얼음 손실률이 급격하게 커지리라는 사실을 여러 증거에 의해서 알 수 있습니다.” 호주국립대학교의 네릴리 아브람(Nerilie Abram)의 말이다.
남극 빙하가 전부 녹는다면 해수면이 1.6미터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앞으로 1세기 정도의 기간에는 그런 일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는 그것보다 훨씬 더 이른 시기에 증가할 것이다. 아브람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와 같은 기후변화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남극에서 얼음이 사라지는 속도는 불과 수십 년 안에 아주 급격하게 뛰어오를 거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3℃ 상승한 세상이라면, 그린란드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우려할 수 있다.
기온이 2℃ 상승한다면 2100년에는 해수면 높이가 30-90센티미터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러면 수많은 도시들과 저지대에 위치한 나라들은 그러한 상황에 맞서서 싸워야 하며, 만약 그 수준이 4-5배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면 그들은 아마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습구 온도와 마찬가지로, 세계의 기온이 일단 3℃ 상승한다면 적응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생명은 구할 수 있을지 몰라도, 땅은 그렇지 않다. 만약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현재 수억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해변 도시들의 모습은 완전히 바뀔 것이다. 그리고 북극이나 열대우림의 토착 문화들도 현재와 같은 형태로는 절대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예전에 그랬던 지구의 모습은 상당 부분 잊힐 것이며, 사라질 것이다.
방법이 있을 거야
자연도 역시 적응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동물과 식물 종들은 가능하다면 좀 더 시원한 지역으로 이주함으로써 점점 따뜻해지는 기후에 적응할 수 있다. 물고기들은 이미 특정한 종들이 열대의 수역에서 온대의 수역으로 옮겨가면서 이주를 시작하고 있으며, 온대 수역에서 좀 더 차가운 수역으로 이동하는 물고기들도 있다. 고위도 지역으로 움직일 수는 없지만 비탈진 지역에 사는 육상 동물이라면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하지 않고도 근처에서 좀 더 높은 고도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어느 정도까지만 효과가 있다. 산에는 꼭대기가 있고, 지구에도 극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하룻밤 만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제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3℃가 상승하는 미래는 이번 세기의 전반이 아니라 후반기에 닥칠 것이다. 그러나 배출량을 감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3℃ 상승을 회피하고자 하는 노력은 대기 중에서 막대한 양의 탄소를 빨아들이거나 따뜻한 태양 광선을 우주로 반사시켜 버린다던가 하는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기술에 의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우리 인류는 지구공학에 의해 만들어진 바윗덩어리 행성과 아주 뜨거운 세상 사이에 갇혀서 꼼짝 못 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출처: 영국 이코노미스트 0729_3℃ 상승한 세상에는 안전한 장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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