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는 세계 경제와 지정학의 문제다
최근 1년만 생각해 본다면, 여러분은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수십 년을 모아 놓고 보면, 이야기는 분명해진다. 인류는 세계 대전, 기술 혁신, 전례 없는 규모의 무역과 엄청난 부의 창출을 목격했다. 지구의 변화하는 기후, 인구와 부의 놀랄 만한 성장은 모두 산업 동력, 전기, 운송, 난방, 그리고 컴퓨터 사용을 위해 태운 수십억 톤의 화석연료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
변화하는 기후가 모든 것을 넘어 모든 사람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중요한 문제는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들이 세계 경제와 지정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 변화의 양상을 제대로 점검하려면 광범위하고, 전방위적인 수단이 필요하다.
사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자본주의에 족쇄를 채워야 한다고 결론짓는 것은 틀렸거나, 해로운 생각일 수 있다. 시장 경제는 기후 변화 문제의 대응책을 만들어 낼 원천이기도 하다. 경쟁 시장은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정치인들은 대중의 요구에 응답해 행동에 나선다면, 자본주의는 그 어떤 체제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막을 수 있는 문제는 막고, 그럴 수 없는 것은 대응해 나가면서 온난화를 제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후 변화 자체가 아닌 다른 모든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 기후 변화는 세상의 종말이 아니다. 인류가 멸망의 끝자락이라는 위협에 내몰린 것도 아니다. 우리의 행성 자체가 심각한 위험에 처한 것도 아니다. 지구는 강인하고 오래된 존재이고, 결국 살아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후 변화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심대한 위협이다. 절대적인 규모가 아니더라도, 전 지구적 범위의 위협이 될 것이다. 기후 변화가 초래할 영향의 거대한 규모는 기후 변화 그 자체가 아닌 다른 종류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경각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변화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아직 기후 변화에 신경 쓰지 않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기후 문제는 정부 전체가 나서야 하는 사안이다. 이는 수십 년 뒤로 미뤄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여기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협력하기
우리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이미 알고 있다. 그 가운데 한 가지 중요한 과제는 자본주의의 전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사람들을 더 잘살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국제 협정들은 기후 변화에 적응하면서 타국의 도움을 덜 받아도 될 만큼 경제력을 키우려는 빈국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여기가 부국들이 의무를 회피하고 있는 지점이다.
변화가 일어날수록 이를 상쇄할 적응력은 더욱 약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본은 또 다른 분야에 투입되어야 한다. 바로 배출 가스 감축이다. 현재 우리는 지구가 2~3도 더워지는 것조차 막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런 느슨한 대응을 개선할 수는 있을 것이다. 각 기업이 기후 변화 대응 상황을 공개하는 의무 규정을 만들면, 투자자들은 이를 근거로 기후 변화에 취약한 기업에서 자금을 빼내 다른 기업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탄소 배출 가격을 강도 높게 설정하면 우리가 아직 상상하지 못하는 새로운 형태의 감축 기술 혁신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강력한 수단이 일으키는 탄소 감축 효과는 제대로 설계된 규제를 통해 가속화되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두 가지 기준을 모두 고려해 투표해야 한다.
유엔의 기후 변화 회담은 193개의 국가들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모두가 참여하는 가운데 열린다. 그러나 문제는 12개의 경제권에서 배출하는 탄소의 양이 전체의 4분의 3에 달한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탄소 배출 국가들 중 일부에서는 자유 민주 성향의 젊은 유권자들이 기후 문제에 대한 정책의 수정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으로 무관심한 이들의 참여도 독려할 수 있을 것이다.
“소규모 다자간”협상을 검토하고 있는 십여 개의 강대국과 준강대국들로 구성된 클럽은 수십억 명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는 문제를 다루면서도 당사자들을 제외할 것이다. 클럽 멤버들은 새로운 무역 시스템과 위협, 뇌물을 동원해서 단일대오를 유지하려 할 수 있다. 반대로 현재의 교착 상태를 해소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 각국에게 충분한 이익이 될 수 있는 급격한 탄소 경감 조치를 밀어붙인다면, 그 전략을 모방하는 국가들이 늘어날 것이다.
기후 변화의 피해는 앞으로의 수십 년간 인류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경제가 탄생할 수 있었던 중요한 가치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세계 경제의 시스템을 기꺼이 수정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성장욕이 본질적으로 기후의 안정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는 그런 주장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후 변화는 다른 많은 것들과 더불어 경제적 자유에 대해서도 종말의 선고가 될 수 있다. 자본주의가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자 한다면, 반드시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해야 한다.
돈을 버는 친환경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환경친화적 기질로 유명한 인물 12명의 자산 가치는 2000억 달러(239조 원)에 달한다. 그들의 도박은 이미 발전된 기술(전기 자동차, 풍력 발전용 터빈),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고전압 전력망, 고기 없는 버거), 그리고 기발한 아이디어(대기 중의 탄소를 유용한 형태로 변환시키는 것)를 모두 아우른다. 이들 모두는 우리 행성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자 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자기 자신을 위해 돈을 벌고 싶어 한다.
세계의 녹색 비즈니스 부문을 대표하는 거물은 일론 머스크다. 온라인 결제 시스템 기업 페이팔(PayPal)로 한 밑천을 챙긴 그는 자산의 일부로 전기 자동차 기업 테슬라(Tesla)를 키웠다. 머스크는 배터리 분야에도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과 전력망 구축 사업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질은 우리가 두 번째로 소개할 거물 로버트 프리드랜드(Robert Friedland)의 전유물이고 할 수 있다. 과감한 스타일과 광산 부문에 대한 초기 투자로 유명한 그는 미디어로부터 “독한 밥(toxic Bob)”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프리드랜드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코발트와 니켈을 채굴하고 있고, 아프리카에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커다란 규모가 될 구리 광산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 투자자들과 합작 기업을 만들어 리튬 이온 전지에 쓰이는 황산 금속 분야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다.
왕촨푸(王傳福)는 중국의 일론 머스크라고 할 수 있다. 그가 1995년에 설립한 비야디(BYD)는 재충전형 배터리를 만들고 있다. 현재 선전(深?)의 각 지역으로 뻗어 나가 있는 비야디 캠퍼스는 태양 전지, 전기차, 중장비, 휴대전화 부품, 그리고 에너지 저장에 필요한 많은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2008년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2억 3200만 달러(2770억 7760만 원)를 비야디에 투자했다. 비야디는 지난해 매출 180억 달러(21조 4956억 원)를 돌파하면서, 배터리와 전기차 부문의 강자로 도약했다.
머스크, 프리드랜드, 왕촨푸와 더불어 우리가 선별한 다른 인물들도 환경 거물의 반열에 오를 만하다. 그들이 떠올린 아이디어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중국의 장유에(??)는 폐열을 재활용해 작동하는 냉각 장치 제조기업 브로드그룹(Broad Group)을 경영하고 있다. 브라질의 루벤스 오메토(Rubens Ometto)는 세계 최대의 바이오에너지 기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에탄올 사업으로 억만장자가 된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회사인 코산(Cosan)은 설탕을 생산하는데, 영국과 네덜란드의 거대 에너지 기업 로열 더치 쉘(Royal Dutch Shell)과의 합작 기업을 통해 사탕수수 에탄올을 만들어 낸다. 독일에는 알로이스 보벤(Aloys Wobben)이 있다. 그는 대학 시절 처음으로 풍력 발전 터빈을 만들었다. 이후 선구적인 가변속 터빈 모델을 만들면서, 그가 1984년에 설립한 기업 에네르콘(Enercon)을 풍력 터빈 시장을 선도하는 제조사로 키워 냈다.
허세가 아닙니다
두 번째 거물 그룹은 다른 분야에서 벌어들인 돈을 고귀한 기후 프로젝트에 쏟아부어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석유 산업에서 엔터테인먼트에 이르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필립 앤슈츠(Philip Anschutz)를 보자. (잡지 《뉴요커》는 앤슈츠를 “LA를 소유한 남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고전압 전력망 프로젝트인 트랜스웨스트 익스프레스(TransWest Express)를 지원하는 데 30억 달러(3조 5856억 원)를 썼다. 트랜스웨스트 익스프레스는 바람이 거세게 부는 지역인 와이오밍에서 전력 부족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로 3 기가와트(GW)의 풍력에너지(역시 그가 별도로 후원하고 있다.)를 송전하는 프로젝트로, 2020년에 착공할 예정이다.
다음은 빌 조이(Bill Joy)다. 그는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의 공동 설립자다. 자신감에 찬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선구자답게, 그는 기후 분야에 대한 자신의 투자로 연간 온실 가스 배출량의 절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1년에 그는 버거용 식물성 대체 육류 제조사인 비욘드미트(Beyond Meat)에 투자했다. 육류 생산으로 인한 온실 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14.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5월 상장 이후 여섯 배나 뛰었다. 빌 조이는 전체의 6퍼센트에 달하는 온실 가스를 내뿜고 있는 시멘트 제조업을 일소하기 위해 솔리디아 테크놀로지스(Solidia Technologies)에도 투자했다. 이 회사는 시멘트 산업에서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을 70퍼센트 줄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육류와 시멘트 너머
빌 조이는 대체 육류와 시멘트 산업 혁신처럼 당장 확장시킬 수 있는 사업 외에도 아이오닉 머터리얼스(Ionic Materials) 같은 이상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기업들도 지원하고 있다. 이 회사는 고분자 고체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술을 만들고 있다. (테크 업계의 전문지 《와이어드(Wired)》는 이 기술을 “기적의 배터리(Jesus Battery)”라고 불렀다.)
빌 게이츠는 말로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1050억 달러(125조 5484억 달하는 자신의 자산 중 일부를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카본 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이라는 회사다. 이 회사는 이름 그대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연료로 바꾸는 일을 한다. 연료가 되는 탄소를 대기 중에서 수집하기 때문에, 연소 이후에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총량에는 변화가 없는 셈이다.
빌 게이츠가 공동 설립한 테라파워(TerraPower)는 새로운 형태의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다. 2016년에는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라는 펀드를 출범시켰다. 연간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10억 달러(1조 1955억 원) 규모의 “인내심을 갖춘,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기금으로, 현재의 전 세계 탄소 배출 총량에서 6억 톤(1퍼센트 정도) 이상을 줄일 잠재력이 있는 사업만 지원한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제철 기술을 개발하는 보스턴 메탈(Boston Metal), 핵융합 발전을 시도하고 있는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스(Commonwealth Fusion Systems) 등이 이 기금의 투자를 받고 있다.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에 참여하는 빌 게이츠의 동료 부호들로는 마이클 블룸버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알리바바의 마윈,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그리고 인도의 재벌인 릴라이언스의 무케시 암바니(Mukesh Ambani)가 있다.
마지막 부류의 거물들은 직접적인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 이들이다. 700억 달러(83조 5800억 원) 상당의 투자 펀드인 GMO 창업자 제레미 그랜섬(Jeremy Grantham)은 10억 달러(1조 1940억 원)에 달하는 자산 대부분을 기후 관련 정치와 연구 분야에 제공하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비욘드 카본(Beyond Carbon)에 5억 달러(5790억 원)를 투자했다. 미국의 각 주와 지역 단위에서 환경 분야의 로비스트와 정치인들을 후원해 석탄 발전소를 폐쇄하는 프로젝트다.
마지막 인물은 재력을 갖춘 사람은 아니지만, 역대 교황들 가운데 가장 환경친화적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은행이 보유한 30억 달러(3조 5820억 원) 가치의 자산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바티칸의 자산보다 더 큰 가치라고 할 수 있는 도덕적 설득의 권위를 가지고 있다. 지난 6월, 그는 석유 대기업 BP, 엑손모빌, 쉘, 토탈의 대표들을 불러 모아서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탄소 가격제를 지지할 것과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을 업계에 전달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또 다른 기업으로 역사적으로 탄소와 함께 성장해 온 GM 같은 기업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 차량 제조 능력을 갖춘 GM이라면 전기차 대중화라는 과제를 테슬라보다 훨씬 더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석유 굴착 장비 제조사인 맥더모트 (McDermott)의 자회사는 NET파워라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NET파워는 증기를 사용해 터빈을 돌리는 일반적인 발전소들과는 달리, 순산소 연소 방식으로 천연가스를 태우고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터빈을 돌리는 (초과 탄소 배출이 없는) 발전 설비를 만들고 있다.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의 상당수는 시장에서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성공할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이들을 포함한 기후 자본가들의 힘으로 일어나는 창조적인 파괴가 없다면, 우리의 행성을 지키는 일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힘든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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