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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기후변화] 빙하가 녹은 뒤 - 영국 가디언지

by ㏇™㏂㏘℡® 2021. 9. 3.

"지금 당장 모든 온실가스 배출을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대기 중의 온실가스가 해양으로 흡수되기까지는 2만 5000년이 걸릴 것이다."

 이산화탄소와 메탄이라는 온실가스가 열을 가둔다는 사실은 이미 수십 년 전에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온실가스 배출은 자연스러운 과정보다 10배나 빠르게 지구를 덥히고 있고, 이러한 결과는 지구 생물권 전반에 걸쳐 체감되고 있다.
약 300만 년 전의 플라이오세(Pliocene) 시대 이후로 지구의 대기에 지금처럼 이산화탄소가 많았던 적은 없다. 현재의 이산화탄소 중 4분의 3은 500년 후에도 남아 있을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온실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려면 아직도 1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지금 당장 모든 온실가스 배출을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대기 중의 온실가스가 해양으로 흡수되기까지는 2만 5000년이 걸린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위원회(IPCC)가 기온이나 극한의 기상 현상, 해수면 수위, 그리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양에 대해 예측한 최악의 시나리오조차도 실제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헤아릴 수 없는 빙하들과 강들, 호수들, 숲들, 그리고 수많은 생명 종들이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속도로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데, 이 모든 결과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겨우’ 섭씨 1도 상승해서 벌어진 일이다. 어떤 과학자들은 2100년이 되면 10도 정도까지 더 상승할 수도 있다고 예측한다.
 
 나사 고다드 우주 연구소(Nasa’s Goddard Institute for Space Studies)의
전직 소장이었던 제임스 핸슨(James Hansen)이 이끈 연구에 따르면, 지금까지 진행된 기온 상승만으로도 이미 남극과 그린란드 모두에서 얼음층이 녹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경고한다. 2100년이 되면 히말라야 전역에 있는 수천 개의 빙하들 중에서 99퍼센트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오늘날 태어나는 아이들은 아마도 눈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에베레스트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제는 얼지 않은 바다가 훨씬 가까이에 있어서, 겨우 며칠이면 닿을 수 있다."

 북극 바닷속 영구 동토층이 해빙기를 맞으면서 옛날부터 그 안에 갇혀 있던 메탄가스가 이제 녹아서 배출될 텐데, 이는 인류가 대기 중에 배출했던 이산화탄소 전체 배출량보다 몇 배나 많다. 그 결과는 대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다.
 영구 동토층이란 2년 이상 계속해서 얼어 있는 지층을 말한다. 그 안에는 죽은 식물들과 수 세기 전에 대기에서 스며든 이산화탄소가 흡수되어 있다. 그리고 부패가 시작되기도 전에 얼어붙었다. 이곳이 해빙되면 미생물 활동으로 인해 많은 양의 유기물들이 메탄과 이산화탄소로 바뀌어 대기 중으로 다시 방출될 것이다. 나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수십만 년에 걸쳐서 “북극 영구 동토층의 토양에는 엄청난 양의 유기탄소들이 축적되어왔다.” 그 양은 1400~1850 기가톤(gigatonnes)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지구 대기의 탄소량은 850 기가톤이다. 지구의 토양 안에 존재하는 전체 유기탄소 추정량의 거의 절반이, 해빙에 취약한 3미터 깊이에 대부분 매장되어 있는 것이다. 
 국립 빙설 데이터 센터(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의 과학자인 케빈 셰퍼(Kevin Schaefer) 박사는 영구 동토층에서의 ‘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 표면의 온도 상승(PCF)’을 분석하고 있다. 그는 PCF를 2100년까지 0.2도 또는 그 이상으로 예측한다. 이는 대기 온도 상승을 2도로 제한한다는 목표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PCF만으로도 장기적인 기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자들은 노스슬로프 지역의 영구 동토층은 안정적이며, 이번 세기 안에 해빙이 시작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어 왔다. 로마노프스키 박사는 이곳에서만 35년째 온도를 측정하고 있는데, 지표면 20미터 아래의 온도가 처음 측정했을 때보다 3도 올랐다고 한다. 지표면 아래 1미터 지점에 있는 영구 동토층 경계면의 평균 온도는 1980년대 중반보다 무려 5도나 상승했다. 이제 조금만 상승해도 영구 동토층의 온도는 0도에 이르게 된다. 그 선을 넘는다는 것은, 이제 영구 동토층이 해빙되기 시작한다는 걸 의미한다.
 로마노프스키 박사는 말한다. “지금까지의 추세가 계속된다는 가정하에 30년 후를 추정해 보면, 늦어도 2050년이나 2060년이면 노스슬로프 영구 동토층의 온도가 0도를 돌파하게 됩니다. 아무도 이걸 예상하지 않았어요. 이런 일이 이렇게 빨리 벌어지게 된다는 사실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라겠죠.” 북극권의 도로와 철도, 기름과 가스 수송 시설, 공항, 항구, 이 모든 것들은 영구 동토층이 계속 얼어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건설되었다. “영구 동토층은 얼어 있을 때는 단단한 것이었지만, 해빙이 되면 진흙으로 바뀔 겁니다. 그러니 이런 사회 시설들에 많은 피해가 발생할 거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죠.” 셰퍼 박사의 말이다.
메릴랜드 주립 대학교 볼티모어 카운티 물리학과의 선임 연구원이자 지구 시스템 테크놀로지 합동 센터(Joint Center for Earth Systems Technology)에서 일하고 있는 레오니드 유르가노프(Leonid Yurganov) 박사는 북극권 메탄량 원격 측정의 전문가다. 그의 연구팀은 북극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메탄의 양이 장기간에 걸쳐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포착했다. 그리고 메탄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오게 된다면 지표면 근처의 기온에 영향을 주고 북극권의 온난화를 가속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구의 대기는 북극과 적도 사이의 온도 차로 인해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입니다. 차이가 줄어들게 되면, 서에서 동으로의 공기 이동이 느려지고, 북에서 남으로의 기류가 강해지게 됩니다. 그러면 중위도에서는 날씨가 요동을 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전 세계 모든 곳에서’ 기후가 변하게 될 것이다.

"서구의 식민주의 문화에서는 ‘권리’를 믿는 반면, 많은 원주민 문화에서는 우리가 태어나서 해야 할 ‘의무’에 대해 가르친다."

 우리는 대량 멸종의 시대를 이미 마주하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 낸 열은 그대로 대양으로 흘러 들어가며, 우리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는 매년 400억 톤씩 대기 중으로 분출된다. 지금의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훨씬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맞서야만 하는가?
 서구의 식민주의 문화에서는 ‘권리’를 믿는 반면, 많은 원주민 문화에서는 우리가 태어나서 해야 할 ‘의무’에 대해 가르친다. 우리의 앞에 왔던 사람들, 우리의 뒤를 이을 사람들, 그리고 지구 그 자체에 대한 의무다. 그렇다면 나의 의무는 어떤 것일까 하는 질문을 던져 보았는데,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보다 궁극적인 질문이 생겨났다.
 이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고 있는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일생 동안 어떻게 헌신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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